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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은행나무가 있어 은근히 행복해요]

은행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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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9-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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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옹성 아랫동네 ‘은행동’이라는 이름은 ‘은행정’에서 비롯되었다. 예전 이 마을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든 하늘 높이 치솟은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은행나무 아래서 보자” 하면 모두가 그 나무 앞에 모였다. 마을의 이정표이자 쉼터였던 은행나무는 한여름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정자나무 역할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곳을 ‘은행정’이라 불렀다.


은행동 지명의 뿌리가 된 은행나무는 지금도 은행2동 행정복지센터 뒤편에 서 있다. 높이 30m, 둘레 6m에 달하는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은 훌쩍 넘는다. 그러나 주변을 빽빽이 둘러싼 고층 아파트와 메타세쿼이아 숲에 가려, 마을 한가운데 이런 거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저 ‘은행동’이라는 지명이 옛날 어느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정도만 알고, 지금은 ‘은근히 행복한 동네’라는 식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20250911]은행동 유례가 되는 성남보호수 제3호 은행나무.jpg

[은행동 유래가 되는 은행나무 보호수 (은행2동 행정복지센터)]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전국 각지에서 노거수로 보호받는다. 우리나라에서만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800그루가 넘고, 이 가운데 19그루는 천연기념물이다. 특히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신라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조선 세종대왕이 정3품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동양 제일의 노거수로 꼽힌다. 

 

은행동 은행나무는 비록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성남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3만 3천여 명이 사는 동네의 이름을 남긴 나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은행나무는 성남시의 시목이기도 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해, 성남 시민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한다. 성남을 대표하는 꽃 철쭉도 메마른 토양에서 곱게 피어나며, 시조인 까치 역시 강한 적응력으로 겨울을 견디고 맹금류에도 당당히 맞서는 새다. 성남의 상징물들은 하나같이 거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혹독한 조건 속에서 새로 세워진 도시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마치 처음 성남에 정착한 이들에게 “거친 환경 속에서도 은행나무처럼 살아내라”는 위로이자 다짐처럼 보인다.


은행나무의 생존력은 알수록 놀랍다. 공해에도 강한 이 나무는 무려 3억 년 전 공룡이 뛰어다니던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운석 충돌, 빙하기, 화산 폭발 등 지구의 격변기를 헤쳐 나오며 수많은 생물이 멸종할 때도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은행나무 한 종만이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다. 꽃말이 ‘장수’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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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숲 (은행동 남한산성)]

 

재미있게도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다. 수나무는 꽃가루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가지가 위로 곧게 뻗고, 암나무는 꽃가루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치마처럼 가지를 넓게 벌린다. 

 

은행은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그러나 가을이면 거리에 떨어진 은행 열매는 자동차 바퀴나 사람 발에 밟혀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이는 열매 속 빌로볼과 은행산 성분 때문이다. 독성도 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악취와 독성 탓에 다람쥐나 새조차 은행 열매를 먹지 않는다. 심지어 곤충이나 곰팡이도 이를 피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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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숲 (은행동 남한산성)]

 

그럼에도 은행나무의 매력은 단풍철에 절정을 이룬다. 샛노란 은행잎은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색으로, 예전에는 책갈피로 즐겨 쓰였다. 은행잎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해 책이 좀먹지 않도록 해주기도 했다. 은행나무의 영어 이름 ‘Maidenhair tree’는 금빛 은행잎이 서양 여성의 금발 머리칼을 닮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과거에는 은행나무를 아무 곳에나 심지 않았다. ‘공자나무’라 하여 향교나 서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평민들은 집 안에 들일 수 없었다. 회화나무나 능소화처럼 학문과 벼슬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겨진 나무였다. 그렇다면 은행동에 은행나무가 예부터 자라왔다는 사실은 이 마을에 학문을 숭상한 선비가 살았다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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