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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남한산성 불망비와 불망초]

남한산성 불망비와 불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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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9-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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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역에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숲길의 법정동은 창곡동이다. 창곡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나라에서 봄에 곡식을 대여해 주고, 가을에 거두어 보관했던 창고가 있었던 데서 비롯되었다. 또 조선 말기 탄천 일대에서 생산된 군량미를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조선 팔도의 군사들이 창곡동 앞 탄천에 진을 칠 때 그 수가 십만을 넘었다고 한다. 그 많은 군사를 먹일 군량미와 병장기를 보관한 창고였다면,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창곡동은 서울과 성남의 경계에 있어 한동안은 한적한 마을이었다. 지금은 위례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고, 이름도 창곡동 대신 위례동이 주로 쓰이고 있다. (참고로 창곡동은 법정동, 위례동은 행정동이다.)


주민들이 창곡동이라는 지명보다 위례동을 선호한 까닭은, 단순히 ‘창고가 있던 마을’보다는 백제 옛 도읍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은 ‘위례’가 더 가치 있는 이름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위례의 어원은 ‘크고 많다’라는 뜻의 ‘여르(오늘날의 여러)’로 추정되며, 위례성은 큰 고을을 뜻하는 대읍(大邑)을 의미한다.

 

위례신도시를 조성할 당시 신도시 구역이 성남, 서울, 하남에 걸쳐 있었기에 세 도시가 서로 ‘위례’라는 이름을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울 위례동, 성남 위례동, 하남 위례동이 각각 생겨났다. 그래서 택시를 탈 때 “위례동으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서울인지 성남인지, 아니면 하남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내려줄 수도 있다.


남한산성길의 산줄기는 위례신도시와 성남 원도심을 가르는 경계이기도 하다. 능선을 따라 누비길을 걷다 보면, 한쪽으로는 반듯하게 들어선 아파트와 대기업 로고가 눈에 띄는 위례동이, 다른 쪽으로는 낮은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원도심이 내려다보인다. 누구에게는 신도시의 세련된 풍경이 더 마음에 들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골목마다 묻어나는 생활의 소리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포맷변환]남한산성숲길.jpg

[남한산성 산줄기 넘어 수정구와 중원구 원도심이 보인다.]

 

길은 계속 남한산성으로 이어진다. 숲길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가 무성하게 드리워 있다. 그러다 어느 목계단을 오르다 보면, 늠름한 소나무 아래 사람 키보다 큰 바위 두 개와 마주하게 된다. 산을 오르던 이들은 잠시 바위에 기대어 숨을 고르다, 바위 표면에 새겨진 오래된 음각 글자를 보고 흠칫 놀라곤 한다. 마치 성스러운 바위를 함부로 만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이 바위에 새겨진 글은 ‘불망비(不忘碑)’다. 조선 정조의 명을 받아 남한산성을 개축했던 서명응이 새긴 것으로, 말 그대로 ‘잊지 말자’는 다짐을 담은 비문이다.

 

불망비는 조선 후기 문신 서명응, 홍익필, 이명중 세 사람이 백성을 사랑한 공적을 기리며 세워졌다. 높이 2m, 폭 2m가량 되는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한문은 다음과 같다.


 '수어사 서공 명응 애휼군민 영세불망(守禦使徐公命應愛恤軍民永世不忘)', 

 '부윤 홍후 익필 애휼교민 영세불망(府尹洪候益弼愛恤校民永世不忘)', 

 '부윤 이후 명중 애휼교민 영세불망(府尹李候明中愛恤校民永世不忘)’


뜻은 이렇다.

수어사 서명응이 군사와 백성을 사랑하고 돌본 공로를 영원히 잊지 말자는 것, 그리고 광주부윤 홍익필과 이명중이 백성을 아끼고 잘 교화한 덕을 길이 잊지 말자는 것이다.


[포맷변환]불망비.jpg

[덩그러니 놓여있는 불망비에 대하여 안내판을 설치하여 그 유래와 뜻을 알리고 있다.]

 

처음 이 비석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불망비(不忘碑)’를 ‘물망비’라고 잘못 알아들었다. 꽃말이 ‘나를 잊지 말아요’인 물망초(勿忘草)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물망초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건네다 죽음을 맞은 젊은이의 영혼이 담겨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바위에 새겨진 ‘불망(不忘)’의 글귀가 더 오래 기억될까? 아니면 바위틈에서 피었다 지는 물망초의 연약한 꽃이 더 오래 남을까?

 

거대한 바위의 암각은 수백 년을 버텨내며 후세에 전해져 왔다. 하지만 작고 여린 꽃도 수없이 지고 다시 피며, 잊히지 않는 속삭임으로 긴 세월을 견뎌낸다. 결국 불망비의 단단한 기록과 물망초의 연약한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잊지 않음’의 두 가지 얼굴을 우리 앞에 보여주는 셈이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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