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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숲속에서 빛나는 보랏빛 보석]

좀작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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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8-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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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서면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가는 오솔길에서 사람과 마주칠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내려가는 사람이 올라오는 사람을 위해 길섶에 비켜선다. 그것이 산을 오르는 예의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지나갈 때 부딪히지 않게 뒷걸음치면 발밑에서 관목 가지 우두둑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국수나무 줄기가 부러졌다. 국수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그 자리만큼 길이 넓어졌다. 숲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가끔 정해진 숲길을 벗어나 앞질러 가는 사람도 있다. 성큼성큼 내딛는 발자국 따라 도토리에서 움트던 어린싹은 짓이긴다. 물오리나무 열매는 발부리에 차여 저만치 날아간다. 걸어간 흔적 따라 고스란히 샛길이 생긴다. 사람들 발길에 질경이조차 버티지 못하면, 흙은 비가 올 때마다 빗물에 씻겨간다. 군데군데 파헤쳐진 땅 위로 깊숙이 박혔던 호박돌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러면 길이 불편하다고 그 길을 버리고 멀찍이 떨어진 숲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등산로에 지주목을 박고 로프를 설치한 이유는 줄을 잡고 편하게 비탈길 오르라고 만든 게 아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줄 너머만큼은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당부다. 하지만, 소용없다. 인본주의자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금단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숲을 이리저리 헤집는다.

 

한번은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짓기 위해 등산로에 밧줄 대신 철조망을 두를까도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다니는 길에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찔레나무를 심는 것이 어떨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가시 돋친 나무를 사람 다니는 길가에 심는 게 심보가 고약한 짓이다. 설령 숲을 보호한다는 이유로도 사람에게 해가 끼치진 말아야 한다.


그때 누군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서울에서 제법 알아주는 조경 전문가다. 그가 좀작살나무를 심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요즘 공원에 관상용으로 좀작살나무를 많이 심는데, 나무가 무척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한다. 조경수를 산속에 어떻게 심냐고 되물었다. 

 

나는 반문했다. “조경수를 산속에 어떻게 심습니까? 사람들이 예쁘다고 꽃가지나 열매 가지를 툭툭 꺾어 가면 어쩌죠? 사람들 손길에 얼마 안 가 죄다 몸살을 앓다 죽을 겁니다.”

 

그랬더니 전문가가 대답했다. “오히려 귀하고 아름다운 나무일수록 사람들이 더 아끼고 조심스러워합니다. 발상의 전환, 역발상이지요.”

 

[포맷변환]20250819[좀작살나무꽃과 열매.jpg

[좀작살나무꽃과 열매]

 

작살나무는 나뭇가지에 달린 겨울눈이 물고기를 잡는 작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가 좀스럽게 작고 무더기로 열리는 나무는 ‘좀’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좀작살나무라고 부른다. 

 

작살나무 열매가 크면서도 듬성듬성 달려있고 가지도 짧아 줄기 휘어지는 모양새가 어째 좀 엉성해 보인다. 그래서 공원에 조경용으로 심는 나무는 죄다 좀작살나무다. 잎자루와 꽃자루도 같은 꼭지에 있으면 작살나무이고, 약간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으면 좀작살나무다. 꽃과 열매가 모두 흰색이면 흰작살나무다. 

 

그런데 작살나무란 이름이 듣기에는 참 조악하다. 작살나무는 한여름 휘어진 줄기마다 분홍빛 꽃봉오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참 아름답다. 가을이면 보라색 구슬 같은 열매가 가지마다 달려 있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숲속에서 보랏빛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영롱하게 내뿜는 보랏빛은 더더욱 귀하다. 그나마 맥문동에서 꽃대가 올라와야 볼 수 있다. 


학명 중 속명 Callicarpa는 callos(아름다운)와 carpos(열매)가 합쳐진 그리스어다. 영어로도 beauty berry다. 중국에서도 좀작살나무 열매를 아름다운 보라 구슬인 자주(紫珠)로 불렀다. 유독 우리나라만 나뭇가지의 모양이 삼지창을 닮았다고 작살이란다. 농경사회에서 언제부터 작살을 구경이나 해봤다고 참 멋없게 작명했다. 어떻게 아름다운 열매나 꽃은 쳐다보지 않고 잎 속에 감춰진 나뭇가지를 모양을 들춰서 이름을 지었단 말인가? 혹시 보랏빛 열매가 알알이 맺힌 나무 자태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다 보니 작살나게 멋진 나무라서 그리 부른 것인가? 

 

20250819[좀작살나무 열매 (여름).jpg

[좀작살나무 열매]

 

좀작살나무가 보기에 예쁜 것이 야생조류 눈에도 금세 띈다. 먹을 것이 귀한 겨울 산속에서 좀작살나무 열매는 박새나 멧새 같은 작은 텃새들에게 귀한 먹거리가 된다. 더구나 좀작살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그늘에도 잘 자라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다. 가을에 땅에 떨어진 종자는 이듬해 봄 땅속에서 새싹이 씩씩하게 움튼다. 

 

듣고 보니 좀작살나무야말로 황폐해진 등산로에서 숲을 복원시킬 수 있는 나무로 안성맞춤이다. 가시나무를 심지 않아서 다행이다.


농원에서 조심스럽게 가져와서 심었더니 어느새 좀작살나무 나뭇가지마다 자주색 열매가 초롱초롱 매달려 있었다. 첫인상이 나무꽃말처럼 총명하다고나 할까? 손가락 사이로 열매를 훑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눌렀다. 이렇게 아름다운 빛깔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철이 바뀌고 눈이 펑펑 내린 날, 좀작살나무를 심은 곳에 가보았다. 가까이 갈수록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보아도 좀작살나무 열매의 보랏빛 색상은 금세 눈에 띌 정도로 하얀 눈 속에서 더 빛이 났다. 그 뿌듯함이란. 푸드덕 새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고팠던 박새가 좀작살나무 열매를 먹으러 왔다가 인기척에 놀랐나 보다. 그보단 낭창낭창한 나무마다 보랏빛 열매를 보고 깜짝 놀랐겠지. 

 

“너희들을 위한 잔칫상이야.” 

그 순간 내가 자연 속에 한 발짝 더 내딛는 것 같아 괜스레 우쭐해졌다. 


20250819[좀작살나무 열매 (가을).jpg

[좀작살나무 보랏빛 열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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