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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떡을 싸고도 남을 넉넉한 떡갈나무 잎사귀]

곧은길 고개 떡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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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6-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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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길 고개는 광주시와 성남시를 잇는 고개다. 떡갈나무가 무성한 곧은길 고개는 지금에야 호젓하게 걷는 산길이지만, 옛날로 치면 사람들로 붐비는 주요 도로였다. 비록 등산로 폭이 두세 사람 나란하게 걸을 정도라고 하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는 넓은 대로였다. 

 

그래서 율동 사람들이 광주에 있는 관아로 갈 때는 이 고개로 넘었으며,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고 하여 매우 긴 산길을 뜻하는 곧은길로 불렀다.


곧은길 고개를 넘으면 바로 광주시 직동이 나온다. 곧은골을 한문으로 옮긴 지명이다. 사실 ‘곧’이란 글자는 직선을 뜻하는 말이 아니고, 매우 길고 길다는 순우리말이다. 그러므로 한자로 바꾼다면 곧을 직(直)이 아닌 길 장(長)을 쓰는 게 맞다. 그럼, 광주시 장동이 옳은 표현이 되는데, 지금에야 군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마을 이름들을 억지스럽게 한자로 바꾼 이유는 예전 토지조사사업 중 우리말 지명 표기를 행정 편의상 한자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곧은골이 직동(直洞)이 된 것처럼, 성남시 중원구 섬마을은 도촌(島村), 널다리는 판교(板橋)로 바뀌었다. 


아무튼 곧은골 고개는 마을과 마을이 산에 막혀 왕래가 힘들 때, 사람들이 그나마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였다. 특히, 산 너머 동네로 시집간 아낙네들이 반보기로 만나는 만남의 장소였다. 반보기란 시댁과 친가 중간 위치에서 가족을 하루 절반만 만나는 일이다. 한자로는 길 중간에서 만난다고 중로상봉(中路相逢)으로 쓴다.

 

20250612[곧은골 고개 떡갈나무 군락지].jpg

[곧은골 고개 떡갈나무 군락지]

 

조선시대는 부녀자들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일가친척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정말 가족이 사무치게 보고 싶을 땐, 가을걷이가 끝나 일거리가 줄어들 때쯤 양가 중간 지점에서 잠깐 만나곤 했다. 마을과 마을 중간은 대부분 산속 고개지만, 피붙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깟 산길은 한달음에 올랐을 것이다. 속담 중에 ‘근친 길이 으뜸이고 화전 길이 버금이다.’란 말처럼. 


아낙네가 된 어린 딸을 보는 엄마는 베적삼이 흠뻑 젖어 우는 딸을 달래며 보자기에서 정성껏 떡갈나무 잎으로 싼 떡을 꺼내 준다. 떡갈나무 잎은 두껍고 털이 촘촘하여 떡을 찔 때 떡 사이에 넣어 떡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떡갈나무 이름 자체가 떡을 찔 때 넣는 참나무란 뜻으로 떡갈이나무에서 나왔다. 잎도 크고 방부 효과도 있다. 게다가 잎 향기도 좋아 떡을 싸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딸을 보러 나온 엄마의 보자기에는 떡갈나무 잎으로 정성스럽게 싸인 떡이 딸의 설움을 달래주었다. 잎자루가 짧은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 잎이 가장 커서 떡을 싸기 알맞다.


가끔 한 여름 떡갈나무 아래를 지나가 보면 작렬하는 햇빛을 막아주는 커다란 잎이 무척 반갑다. 숲길에서 손바닥만 한 잎사귀들만 보다가 떡갈나무 잎을 보면 정말 그 크기에 놀란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나뭇잎들을 보다가 떡갈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으면 좀 과장을 보태어 코끼리 귀가 펄럭이는 모습 같다.

 

이쯤 되면 떡갈나무잎으로 싸는 떡은 송편처럼 조무래기가 아닌 백설기를 싸고도 남을 성싶다. 그래서 떡갈나무 이름이 커다란 잎이 나뭇가지에 '떡'하니 붙어있어서 떡갈나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만큼 떡갈나무 잎은 크고, 그래서 아름답다. 잎이 아름답다는 표현은 꽃도 열매도 볼 수 없는 떡갈잎고무나무가 오직 떡갈나무 잎과 닮은 이유만으로 관상용으로 키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떡갈나무 잎의 특징은 가장자리에 큰 물결 모양의 굵은 톱니다. 잎 뒷면에는 긴 털이 촘촘하게 있어서 떡 사이사이 잎을 넣으면 떡이 달라붙지 않는다. 여러 장 겹치면 제법 푹신하여 산길에 지치면 떡갈나무 잎 몇 장을 따서 방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잎이 두꺼우니 땅의 찬 기운도 막을 수 있어서 사용하기 손색이 없다. 


20250612[완연한 여름 떡갈나무 넓은 잎].jpg

[완연한 여름 하늘을 가리고도 남을 떡갈나무 넓은 잎]

 

떡갈나무를 가끔 가랑잎나무라고 부른다. 한여름 풍성했던 떡갈나무 잎이 찬 바람에 바싹 말라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면 구슬프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노랫말 중 뒷문 밖에 노래하는 갈잎이 바로 떡갈나무 잎이다. 넓은 잎사귀가 바람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비벼대는 소리는 숲길 걷는 내내 말을 잊고 조용히 갈잎의 노래를 듣게 한다. 떡갈나무잎은 겨울에 눈을 맞아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부끼니 겨울 산에서 잎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떡갈나무의 꽃말은 강건함. 떡갈나무는 건강한 숲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열매는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을 먹이고, 나무의 진은 사슴벌레나 풍뎅이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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