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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밥 대신 먹어 밤이 된 이야기]

율동 밤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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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7-29 18:11

본문

밤과 함께 살아온 마을, 율동

 

분당구 율동은 영장산과 율동호수공원 사이에 포근히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 이름의 앞글자 ‘율(栗)’은 밤나무를 뜻한다. 예부터 이 고장 밤은 알이 굵고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밤알 무게가 무려 서 근에 달해 ‘서근바미’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참고로 한자 ‘栗’은 ‘서녘 서(西)’와 ‘나무 목(木)’이 합쳐진 글자이며, 이때 ‘서’는 밤알의 형상을 본뜬 것이라 한다.

 

밤나무가 유난히 많았던 율동에서는 가난한 이조차 굶주리지 않았다고 한다. 풍요로운 산자락에서 힘센 장수와 지혜로운 인물들이 잇달아 태어나 ‘천하 제일의 명당’이라 불리기도 했다.


좋은 땅이란 결국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복되게 하는 곳이다. 율동은 야산에 밤나무가 많아 흉년이 들어도 산에 오르면 굶주림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덕에 명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율동이 밤 생산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는 멀리 백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장산 자락에는 사찰이 많았고, 가난한 이들이 머물며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했다. 늘어나는 인원에 절 살림은 점점 어려워졌고, 이에 주지 스님은 ‘굶는 이 없게 하겠다’며 산에 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밤나무는 금세 무성히 자라 많은 열매를 맺었고, 사람들은 허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이 지역은 밤나무 그늘 아래 마을이라는 뜻으로 율목음촌(栗木陰村)이라 불리다가 지금의 율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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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 아래 알알이 열린 밤 (율동)]

  

숲, 그리고 밤 이야기

 

율동 뒷산에는 밤나무만 많은 건 아니다. 참나무도 많이 자란다. 밤나무와 참나무를 구분하는 것은 단연 열매를 보고 구분할 수 있지만, 열매 맺기 전에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참나무란 나무 이름은 없다. 다만 참나무 종류만 있을 뿐이다. 만약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 등을 참나무라고 부른다면, 밤나무도 참나무로 부를 수 있다. 모두 참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이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밤나무 모두 잎이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다만, 굴참나무잎은 뒷면이 밝은 흰색을 띠고, 상수리나무잎은 앞뒷면이 비슷하며 잎자루가 길고 톱니 끝이 갈색이다. 반면 밤나무잎은 톱니가 같은 녹색이고 잎자루가 짧다.


속담에 ‘가을 산은 못사는 친정집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의 산은 풍요롭다. 율동의 산도 마찬가지다. 밤과 도토리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 아이들과 산에 오를 땐 “밤 따러 가자”고 한다. 그러고는 걸으면서 도토리와 밤을 소재로 숲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착한 나무야. 그래서 참나무라고 부르지. 밤나무도 옛날엔 사람들이 밥처럼 먹었다고 해서 ‘밥나무’라고 했는데, 그게 밤나무가 되었대.” 하면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도토리에 붙은 깍정이는 ‘모자’라는 뜻의 ‘갓’에서 나온 말이야. 갓나무라고도 불렸대.” 하면 조금은 갸우뚱한다. 그러다 졸참나무 도토리를 발견하면, “이건 떫지 않아서 바로 먹을 수 있어. 그래서 ‘굴밤’이라고도 불러. 굴참나무의 ‘굴’은 원래 밤을 뜻하는 말이야.” 하면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럼, 다람쥐는 밤이랑 도토리 중에 뭘 더 좋아할까?”

“도토리요!”

 

“땡! 다람쥐도 밤을 더 좋아한단다. 도토리는 떫어서 싫어해. 맛있는 건 사람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해. 내 입에 좋으면 남에게도 좋고, 싫으면 남도 싫은 거지.”


결국 밤알은 줍지 못하고, 가시 돋힌 밤송이만 한가득 보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은 밤보다 더 귀한 것을 얻는다.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낙엽 밟는 소리,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감각을 깨운다. 숲은 늘 아이들에게 새로움을 선물하고,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며 면역력과 정서적 안정감까지 길러준다.. 


밤알 속에 깃든 이야기

 

밤은 우리 조상들에게도 각별한 의미였다. 밤알이 흙 속에서 싹을 틔울 때까지 껍질을 벗지 않는 모습을 ‘효성’으로 여겨,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제사상에도 꼭 올렸다. 뿌리를 잊지 않고 껍질을 껴안고 싹을 틔운다는 점에서, 밤은 참으로 기특한 열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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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게 열린 서근바미]

 

율동이 밤나무 마을인 것처럼,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의 호 ‘율곡’도 밤나무 골짜기를 뜻한다. 이이 선생에게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그가 어릴 적, 점쟁이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지 않으면, 아이가 장차 호랑이에게 해를 당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부친은 다급히 밤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한 그루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옆 나무를 가리키며 “너도 밤나무 해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너도밤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또 그 말을 옆에서 듣던 다른 나무는 얼떨결에 ‘나도 밤나무’가 되어 ‘나도밤나무’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밤은 그냥 숲의 열매가 아니다. 굶주린 사람을 살리고, 아이들의 감각을 키우며, 조상의 지혜를 전해주는 존재다. 오늘도 율동의 밤나무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과 삶, 그리고 이야기를 함께 주워 담는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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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 21:04 (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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