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씨앗에서 깨닫는 참다운 자유]
불곡산 모감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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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7-01 14:17본문
불곡산은 성남시와 광주시, 용인시를 경계짓는 성남누비길 제4구간 주봉이다. 주봉이라지만 높이는 345m에 불과하여 인근 주민들이 마실 나가듯 가볍게 오르내리는 산이다. 불곡산 유래는 분당신도시 개발 당시 이곳 지형을 조사할 때 골짜기마다 절터가 있었고 큰 절골, 작은 절골 또는 부처골이라는 지명이 있어 토지공사 측이 이 산을 부처님 골짜기라는 뜻으로 불곡산(佛谷山)이라 명명했다.
불곡산 골짜기는 탄천과 맞닿는다. 그리고, 그 길 따라 모감주나무가 그렇게 많이 자랐다. 탄천을 거닐다 보면 흔히 보는 갯버들이나 족제비싸리보다 모감주나무가 더 많이 보인다. 부처님 골짜기에 모감주나무는 왜 그리 많이 자라고 있을까?
모감주나무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모감주나무는 근심과 걱정이 없게 해주는 나무라는 뜻으로 목환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아픈 곳을 낫게 해주어 무환자 옛말인 모관쥬에서 변음되었다.
모감주나무는 보리수처럼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는 모감주나무 열매로 스님이 손목에 차는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모감주나무를 보리수와 함께 염주나무라고 부른다.

[모감주나무 열매와 씨앗]
워낙 불가와 인견이 깊다 보니, 모감주나무 어원을 묘각주라 하기도 한다. 묘각(妙覺)이란 높고 오묘한 진리에 대한 깨달음으로 여기에 구슬 주(珠)를 붙이면 묘각주가 되고 차츰 모감주로 변했다. 또,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면 매우 단단하여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닳고 닳은 구슬이란 뜻을 한자 그대로 옮겨 모감주(耗減珠)나무라고도 한다. 그래서 모감주나무 씨앗이 굳건하고 단단한 지혜와 같다고 하여 금강자라고 한다. 모감주나무 씨앗은 변치 않았으며, 변치 않는 만큼 높은 지혜를 가진 스님들이 염주를 만들어 지녔다.
모감주나무는 알고 보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다. 동아시아에만 분포하고 자생지도 드물어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했다. 옛날에도 모감주나무는 귀한 나무였다. 신분이 높은 가문끼리 서로 모감주나무를 예물로 주고받았으며, 사찰에서도 일반 스님은 피나무나 보리자나무로 염주 알을 만들었지만,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은 고승들은 모감주나무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었다.

[모감주나무 노란 꽃, Golden rain tree]
모감주나무 꽃은 여름에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맺고, 꽃이 질 때는 벚꽃처럼 우수수 노란 꽃잎이 떨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황금비가 내리는 것과 같은데, 그래서 영어 이름은 Golden rain tree다.
씨앗은 꽈리처럼 부푼 열매에서 얻는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초록색 열매가 생기며, 차츰 부풀어 오르다가 가을이 되면 꽈리는 바삭바삭 건조해져 갈색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겉껍질이 셋으로 쪼개지며 반질반질한 씨앗이 나온다. 바로 그 씨앗으로 염주를 만든다.
검은 씨앗이 단단하고 제법 묵직해도 뿌리내릴 곳을 찾아 멀리까지 여행할 수 있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 바싹 마른 씨방이 씨앗에 붙은 채 날개 역할을 하며 씨앗을 최대한 멀리까지 보낸다.
심지어 안면도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씨앗이 서해를 건너와 이룬 것이다. 보통 다른 나무 씨앗들은 물에 빠지면, 물에 퉁퉁 불어 며칠 만에 썩고 만다. 하지만, 모감주나무 씨앗은 씨방과 함께 떨어져 물에 둥둥 뜰 수 있다. 씨방에 공기 방울이 있기에 모감주나무 씨앗은 물에 젖지 않고, 갈색 씨방을 쪽배 삼아 서해를 건너 우리나라 뭍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안면도뿐만 아니라 중국과 접하고 있는 바닷가에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불곡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탄천까지 이르니 탄천 물길 따라 모감주나무가 자라는 것도 이해하겠다.
요즘 공원이나 정원에 모감주나무꽃이 아름답고 피는 기간도 길어 많이 심는다. 비단 꽃피는 시기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나무와 벗할 수 있다. 봄에는 작은 잎이 잎자루 양쪽으로 나란히 붙어 깃꼴 모양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여름이 되면 황금꽃이 비처럼 내리는 것을 보고, 가을에는 갈색 꽈리가 요란히 춤추며 노래하는 것을 듣고, 겨울이 되면 삭풍에 눈맞아가며 바스락거리는 꽈리를 보며 후년을 기약하는 눈인사를 나눈다.
모감주나무의 꽃말은 참다운 자유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염주나무라고 불리는 모감주나무의 뜻 따라 부처님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르치셨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