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호국의 산, 불곡산의 무명용사비]
불곡산 겨레의 꽃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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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6-24 08:46본문
6.25 전쟁일과 현충일이 있는 6월은 호국의 달이며 나라를 위해 숨진 영령을 기리는 달이다. 이맘때쯤 오르는 불곡산 숲길은 어느 때보다 그 어느 길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불곡산 숲길은 팥배나무나 산딸나무, 산사나무 등 산새들이 좋아하는 열매가 가득 열린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 하늘 위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새들은 제 짝을 찾으며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기며 날아다닌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제각기 다른 음색으로 지저귀지만, 여기 불곡산에서만큼은 엄숙한 소리로 운다. 특히 소나무 밑동에서 멧비둘기 두 마리가 내는 울음소리는 구국구국 묵직하다. 멧비둘기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불곡산 자락에 자리잡은 무명용사비에 당도한다.
녹슨 철모와 소총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명용사비는 6.25 전쟁 당시 전사자 유해와 유품이 발굴된 곳으로, 여기서 적의 총탄에 쓰러진 군인 유해 4구와 그들이 남겨놓은 유품 45점이 수습되었다. 주변에는 유해 발굴 절차와 호국용사 유품 사진이 함께 전시됐다.
![[포맷변환]20250624[불곡산 무명용사비].jpg](http://www.powermedia.co.kr/data/editor/2506/20250624084343_lilphdsc.jpg)
[한국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투지역 불곡산과 무명용사비]
불곡산 산기슭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과 중공군이 싸우고 남과 북이 한데 엉켜 싸웠던 격전지였다. 압록강까지 올라갔던 국군과 UN군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서울을 다시 뺏기고 서울을 재탈환하고자, 인민군과 중공군 연합 부대를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썬더볼트 작전으로 불린 전투에서 불곡산을 중심으로 법화산, 검단산 일대에서 중공군 인해전술 공세를 막고 아군이 목숨을 바쳐 싸운 끝에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당시 많은 젊은이가 순국한 곳이라 비둘기 울음조차 구국구국(救國救國) 엄숙한가 보다.
호국 용사를 기리기 위해 심은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무궁화를 우리나라 국화로 정한다는 법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화 하면 무궁화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시초는 1896년 독립문을 짓고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를 부른 것이 계기가 돼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됐다.
무궁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겨레와 함께했다. 단군은 나라 이름을 광명을 맞이하는 아침 민족이라는 뜻에서 조선이라 짓고, 나라꽃을 이른 새벽 일찍 피는 무궁화로 정했다.
중국 고서 ‘산해경’에서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라 했고, 신라를 무궁화가 피는 근화향이라 불렀다. 신채호 선생도 무궁화가 태양을 가장 빨리 맞이하는 광명의 꽃이라며 나라꽃이라 했다.
옛날에는 무궁화가 근화로 불렸다. 무궁화로 불린 것은 고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서 ‘이 꽃이 피면 하루도 빠짐없이 피고 지어 무궁하길 바란다.’라고 쓴 이후다. 목근화란 한자가 우리말로 불리면서 무긴화, 무깅화, 무궁화로 음운이 변했다도 한다.
![[포맷변환]20250624[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jpg](http://www.powermedia.co.kr/data/editor/2506/20250624084351_wdtutwup.jpg)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무궁화는 크게 3종이 있다. 꽃의 중심부에 붉은색 꽃술 부분이 있으면 단심계, 중심부에 단심이 없는 순백색은 배달계, 꽃잎에 분홍색 무늬가 있으면 아사달계다. 이 중 흰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다는 백단심이 우리나라 국화다. 다른 품종도 우리 겨레를 상징하는 배달, 단군이 세운 도읍지 아사달 등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다.
불곡산 충혼비 앞에 심은 무궁화는 백단심이고 순백의 꽃잎과 중심의 붉은 선혈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심장의 넋을 위로하는 꽃이다.
이곳 불곡산 썬더볼트 작전에서 투르크의 후예라는 튀르키예의 공로가 매우 컸다. 튀르키예 장병들은 그들보다 40배 많은 중공군의 견고한 진지를 소총에 총검을 꽂은 뒤 돌격하여 중공군에 패배를 안겼다. 죽음을 각오한 튀르키예 군은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장렬하게 적진지로 달려갔다고 한다. 튀르키예의 장군은 백병전을 치르며 적을 물리쳐 전투에서 승리한 공로로 6.25 전쟁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새삼스럽지만 무궁화는 튀르키예와 그리스에서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많이 심는다. 무궁화의 학명 중 syriacus가 붙은 이유도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국경이 맞닿은 터키에서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그 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튀르키예로 여행하던 사람들이 길거리나 집마다 무궁화를 많이 봐서 튀르키예와 우리나라가 형제의 나라라는 것을 무궁화로 확인하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