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이배재고개 연리지 나무]
이배재고개 연리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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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8-21 10:10본문
갈현동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은 이배재고개다. ‘이배재(二拜峴)’란 절을 두 번 한다는 뜻이다. 옛날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 이 고개에 이르면 두 번 절했다고 한다. 한 번은 임금이 있는 도성을 향해 충(忠)의 마음으로, 또 한 번은 고향을 돌아보며 효(孝)의 마음으로 절을 올렸다.
이배재고개를 넘어 영장산 방향으로 부지런히 오르니 정상부에 나무토막 의자가 있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앉았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 고개가 꼭 임금과 고향에 두 번 절한 곳이라기보다는, 오르기 힘들어 허리를 몇 번이고 굽히며 지나야 하는 ‘두 번 절하는 고개’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고개를 넘고 나면 길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아닌 숲길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숲은 자연이 주는 기운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하늘과 구름, 나무와 바람, 흙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 발밑 흙의 감촉, 새들의 지저귐이 사람의 감각을 일깨운다. 본래 인간도 숲의 일원이었음을 일러주는 듯하다. 그 순간 사람 또한 숲의 한 풍경이 된다.
걷다 보니 산 중턱에서 기이한 나무를 만났다. 반백 년 묵은 두 그루 소나무가 가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뿌리는 다르지만, 서로 맞닿은 가지가 한 몸처럼 자란 것이다. 이런 나무를 ‘연리지(連理枝)’라 부른다.
![20250821]연리지 소나무(이배재고개).JPG](http://www.powermedia.co.kr/data/editor/2508/20250821100743_fziaxiop.jpg)
[연리지 소나무 (이배재고개 가는 길) ]
이런 귀한 연리지가 마을에 있으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주제는 언제나 영원한 사랑이다. 일전 평택에서도 연리지 한 그루를 두고 ‘100년 전 사랑의 바람이 불어온다’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다. 이배재고개 연리지는 비록 축제는 없지만, 그 형세가 다른 곳보다 더욱 완전하다.
연리지는 나무 한쪽이 시름시름 앓으면, 다른 나무가 맞닿은 가지를 통해 영양분을 보내 살려낸다. 그래서 예부터 부부의 지극한 사랑을 상징해왔다. 연인들은 이 나무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고, 펜스에는 사랑의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연리지’라는 말이 사랑의 은유로 자리 잡은 것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 비롯되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죽어 선녀가 된 양귀비와 현종이 다시 만나며 이런 구절이 나온다.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 되리라
하늘과 땅의 오래됨도 끝날 날 있겠지만
아루지 못한 사랑의 한 그칠 날 없어라
비익조가 날개를 짝지어야 날아가는 새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나무로 엉긴 것을 묘사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그 애달픔이 얼마나 깊고 강렬한지를 연리지 나무가 보여준다.

[성남누비길 2구간 검단산길의 대표 식생 연리지]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