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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행 작가의 자연탐방 [이배재고개 자작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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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8-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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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과 영장산 사이 움푹한 골 이름이 이배재고개다. 이배재고개는 광주와 성남을 연결한다. 남쪽 산비탈에서 줄기가 새하얀 나무 무리를 보게 된다. 수십 그루가 아니다. 수백 그루가 넘는다. 예전 이배재고개가 민둥산 흙먼지 폴폴 났을 때, 이곳에 성남시 녹지과에서 녹화사업으로 자작나무를 심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수십 년 세월이 지나니 희멀건 묘목들은 새하얀 줄기의 자작나무 숲이 되었다. 자작나무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큰키나무로 하늘 높이 쭉쭉 뻗어나간다.

 

어떻게 헐벗은 산에 자작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 당시 녹화사업에 참여한 과장에게 물어보니, 자작나무는 햇빛을 좋아하고 척박한 땅에도 빠른 속도로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구나 씨앗에 날개가 달려 있어 스스로 알아서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가 나무가 별로 없는 빈 땅에 제일 먼저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자작나무 숲은 사람의 정성과 나무의 힘이 반반 섞여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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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자작나무숲 (이배재고개)]

 

이배재고개 너머로 무리 지어 자라난 자작나무마다 하얀 껍질이 백지처럼 얇게 감싸고 있다. 햇살을 받으면 하얀 껍질은 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특히 하얀 눈이 내린 설백의 겨울이 되면 하얀 눈과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은 잘 어울린다. 이국을 동경하며 상상하는 그림에는 아라비아 해변의 야자나무와 시베리아 설원의 자작나무숲은 꼭 있다.


자작나무는 하얀 나무줄기 특징 때문에 한자로 백화피라 하고, 영어로도 White Birch로 부른다. 우리가 부르는 자작나무는 나무를 때울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이름을 지었다. 

 

의성어로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여럿 있다. 나뭇가지를 태우면 꽝꽝 큰 소리가 나는 꽝꽝나무도 있고, 부러뜨릴 때 딱 소리 나서 닥나무도 있다. 방귀 소리와 비슷한 뽕나무가 있고, 뽕나무도 아닌데 굳이 뽕하고 방귀를 뀌어서 꾸지뽕나무란 나무도 있다.


자작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는 이유는 나무껍질에 기름이 타는 소리다. 껍질이 얇은 자작나무가 추운 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이유는 기름 때문에 나무가 얼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많은 나무는 불에 잘 타서 옛날에는 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로 썼다. 결혼식을 올린다는 표현을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화촉은 자작나무 ‘화(樺)’자에 촛불 ‘촉(燭)’을 붙여 만든 단어다.

 

이런 까닭에 자작나무 숲은 연인들이 들리는 코스가 되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작나무 하얀 줄기 껍질로 만든 편지지에 애틋한 감정을 담아 주고받는다. 화촉을 밝히기 전 모닥불 앞에서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며 귓속말로 소곤소곤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자작나무 껍질 타는 소리는 자작 소리가 난다는데 불 앞에서 몸이 달궈진 연인은 ‘자자’ 소리로 들릴 듯도 하다.


자작나무 줄기 껍질은 보기에도 매끄럽고 잘 벗겨지는데, 아닌 게 아니라 종이처럼 얇은 흰 껍질은 종이가 귀하 시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쓰였다. 영어 이름 중 Birch의 어원은 글을 쓰는 나무 껍데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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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잎과 줄기, 열매]

 

종이로 사용하던 자작나무가 이배재고개에 자란 깊은 뜻이 있다. 이배재는 절을 두 번 하는 고개라는 뜻으로 옛날 경상도와 충청도의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이 고개를 통과해야 했다. 고개에 오르면 바로 한양이 보이는데, 먼 길을 걸어온 끝에 도성이 보이니 감격하여 임금이 있는 쪽을 향하여 한번 절을 한다. 그리고 뒤돌아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 계신 고향을 향하여 또 절을 한다. 이렇게 두 번 절하고 넘는 고개라서 이배재고개로 불린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며 글을 쓰고 또 쓰던 선비 중 가난한 선비는 자작나무 껍질에 글을 쓰고 어두운 밤 등불이 피울 기름이 없을 때는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며 글을 읽었다. 그런 선비가 이배재고개 너머 한양을 바라볼 때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비장한 각오가 생겼을까! 하지만, 평생을 글공부하던 선비라도 당시 과거시험은 조선팔도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 응시했으며 합격자는 불과 몇십 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낙방하고 이배재고개를 다시 넘는 선비의 마음은 또 어땠을꼬! 그때도 두 번 절하고 넘었을까? 검단산과 영장산 사이 오르기 수월한 고개였겠지만, 가는 길은 철령 높은 봉을 오르는 것처럼 발걸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철령과 맞닿은 개마고원과 백두산 고원지대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백두산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백두산의 자작나무숲은 식민지 시절 독립군이 일제와 맞서 싸웠던 항일 유적지다. 안중근 의사가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끊고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자작나무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 

 

설원의 자작나무 곁에서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서든 죽어서든 님은 기어이 오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 동포에게 고합니다. 님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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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자작나무 숲]


이기행 작가의 著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성 南쪽에 사는 나무)’이 기재된 원고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과 그 속에 얽혀진 우리네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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