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각지쟁(蝸角之爭), 그 끝에 남는 것은 / 이형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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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11-19 22:20본문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장자(莊子)의 칙양편(則陽篇)에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우화가 실려 있다. ‘달팽이 뿔(더듬이) 위에서 벌어진 싸움’을 뜻한다. 달팽이 뿔 위에 있는 두 나라가 국운을 걸고 수많은 병사가 죽어 가면서까지 영토 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더듬이 위에서의 싸움은, 인간 세계에서는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장자는 이를 통해, 인간이 절대적이라 믿는 권력과 이익의 다툼이, 거대한 자연의 질서 속에서는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임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 또한 다르지 않다. 인간은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그로 인해 얼굴을 붉히며 결국은 서로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싸움의 대부분은 달팽이 뿔 위에서의 전쟁처럼 덧없는 일들이다. 사소한 이익과 감정이 거대한 분쟁의 불씨가 되는 장면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한다. 인간이 만든 갈등의 대부분은 우주의 시선에서는 한순간의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대방무우(大方無隅)’를 말하고 있다. 큰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없다는 뜻이다. 사각형을 무한히 넓히면 모서리와 면의 경계가 사라진다. 그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갈등도 함께 소멸한다. 큰 것은 작음을 품고, 넓은 것은 모서리를 감춘다. 이는 곧 ‘포용의 철학’이다.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정해 작은 사각형을 도처에 만들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논하며 자신을 옥죄곤 한다. 사각형을 한없이 넓히는 지혜, 즉 자신의 틀을 넘어서는 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자기 세계를 펼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정치의 세계를 보면 이 우화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정치를 논하는 자리는 국민을 위한 협의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종종 달팽이 뿔 위에서 처럼 좁고, 끝없는 공방의 무대가 된다. 평생 머물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작은 경계 안에서 다투느라 본질을 잃는다.
정치는 본래 큰 사각형을 그리는 일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고, 국민의 다양성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모서리만 세우고 큰 사각형은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정치의 지혜는 모서리를 지우고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한다면, 말보다는 깊은 성찰을, 이념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큰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저마다의 작은 경계 속에서 옳고 그름을 나누며 스스로를 가둔다. 그러나 한 걸음만 물러서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삶의 본질은 싸움이 아니라 조화이고, 경계가 아니라 소통이다. 지혜는 멀리 있지 않다. 사각형을 넓히고 모서리를 지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큰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장자가 말하는 와각지쟁은 단순한 우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지금 우리가 벌이는 갈등은 과연 달팽이 뿔 위의 싸움이 아닌가?” 그 물음에 침묵하는 한, 우리는 여전히 작은 사각형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지 못한 채 상처만 남길 뿐이다.
이형만 칼럼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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