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이 가르쳐 주는 삶의 도리(道理) / 이형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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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10-18 10:24본문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무덥고 열대야로 지새운 밤들이 엊그제 같은데, 지루했던 여름은 어느새 물러가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들녘에는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먼 산에는 단풍잎이 물들기 시작한다. 계절의 변화는 늘 그렇듯 조용히 찾아오지만, 그 속에는 세월의 깊이가 스며 있다.
누가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까운 친구들과 별다른 준비 없이 가을 여행을 떠났다. 비와 함께 시작된 여정은 비로 마무리되었다. 삼척에서 이틀을 머물며 자연이 주는 여유와 고요를 만끽했다. 산길을 따라 펼쳐진 도로변의 파노라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산마루에 걸린 운무의 향연과 계곡 속 시골집의 아늑한 자태는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흩뿌려지는 행복은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선물이었다.
굽이진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아리랑의 고장, 정선이었다. 평창강 위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옛 여인의 가락처럼 아련했다. 오랜만에 맛본 곤드레밥과 메밀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정선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산허리 중턱에 낀 구름을 뚫고 도착한 곳은 태백. 깎아내린 듯한 산머리에 검은 구름이 내려앉아 보슬비로 변해 냇가에 스며들었다. 어느덧 삼척에 도착해 짐을 풀고 보니, 바닷가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물들며 저녁을 재촉했다. 얼큰한 김치의 맛이 베어 있는 곰치국으로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 열차에 몸을 싣고 포항으로 향했다. 산야와 바닷가를 따라 펼쳐지는 가을 풍경은 마음에 평화를 되찾게 하는 여유의 순간이었다. 포항에 도착해 죽도시장을 둘러본 뒤, 물이 없는 ‘물회’를 처음 맛보았다. 첫 수저를 뜨는 순간, 없던 물이 입안에 감돌며 음식의 맛을 돋웠다. 소문대로 포항은 물회의 고장이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구룡포 호미곶으로 향했다. 바다 끝자락에 불끈 솟은 손 모양의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동단,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자연이 빚어낸 풍광 위에 인간의 상징이 겹쳐진 모습이 신비롭기만 했다.
저녁 만찬 자리에서는 외국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가져온 와인을 나누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자연의 가르침 속에서 맺어진 인연은 좋은 관계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우리 삶을 축복해 주는 듯했다. 가을여행은 자연의 품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었으며, 서로의 건강과 평화로운 일상을 기원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말없이 가르침을 준다. 인생의 길 또한 자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의식주의 근원이 되는 자연 속에서 우리는 변화와 순리를 배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실체는 결국 자연 속에서 드러난다. 그것이 곧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도리일 것이다.
이형만 칼럼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