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비움의 조화(調和) / 이형만 칼럼
.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 25-08-18 19:19본문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얼마 전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시집간 두 딸과 우리 식구가 먹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햇감자가 유난히 맛있다고 난리다. 사실 내가 한 일이라곤 감자 모종을 심고, 물을 몇 번 준게 전부인데 말이다. 고맙다고들 하니 내가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감자를 캐다 보니 어느새 한 바구니가 가득 차서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다. 바구니에 담을 때의 뿌듯함도, 비워낼 때의 후련함도 모두가 기쁨이 가득한 즐거운 순간이었다. 그 기쁨은 단순한 수확의 즐거움을 넘어, 자연이 주는 선물 앞에서 겸손해지는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세상사 자연의 흐름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변화 중 하나가 소유(所有)이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채우는 데 익숙하다. 인간이 소유욕이 지나치게 되면 갈등을 불러오고 화를 자초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은 조화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여기서 비움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有之以爲利(유지이위리)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이라며, ‘있는 것은 이로움을 주고, 없는 것은 쓸모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로움이 쓸모가 있으려면 적당히 비어 있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인생에서 채우는 즐거움 못지않게 비우는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는 한 유명 여가수의 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녀의 드레스룸에는 백 벌은 넘어 보이는 화려하고 잘 정돈된 옷들로 가득했다. 그 여가수는 후배나 동료에게 자기가 입던 옷을 기회가 있을 적마다 선물한다고 했다. 새로운 옷을 들이려면 기존의 것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란다.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삶에서 진정한 풍요는 꼭 가득 채워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비웠을 때, 새로운 가능성과 여유로 스며든다. 채우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되지만, 비우는 일은 시기가 있으며 결단이 필요하다. 비움은 새로운 희망을 탄생시키며,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 채우는 삶만큼이나 비우는 삶도 우리의 삶의 중요한 재산이다.
우리의 일상은 채움과 비움이 균형을 이룰 때 아름답다. 채움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움도 있어야 한다. 소유가 있다면, 나눔도 뒤따라야 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조화이며, 그 중심엔 비움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울 땐 잠시 걸음을 멈춰보자. 채우기만을 고집하기보다, 무엇을 비워야 할지 먼저 돌아보자.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과 여유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진짜 여유와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형만 칼럼
행정학 박사 전)성남시의회 이형만 의원
- 이전글보수(保守)와 진보((進步), 함께 가야 할 두 갈래 길 / 이형만 칼럼 25.08.29
- 다음글인간(人間)의 본능(本能)과 이성(異性)의 욕구(欲求) / 이형만 칼럼 25.08.05







